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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리뷰/국내

[다이어트 먹방] 구도쉘리

by 입 작은 개구리 2019. 9. 5.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무서워 보인다는 말이다.

내 첫번째 직업에서 나의 말투나 분위기는 불편함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그 일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해주었고

두번째 직업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고

세번째 직업에서는 장애가 됐다.

네번째 직업에서도 장애가 됐다.

그 때서야 비로소 나는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는 딱딱 끊어지는 말투를 가졌다.

작은 재미를 크게 느끼고, 박장대소도 잘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상태에서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다.

게다가 딱딱 끊어지는 말투는

상담원과 통화하면 (나는 늘 그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배려해주고 싶어하는데,)

그들은 어쩐지 컴플레인 고객처럼 나를 대하고 쩔쩔매기 일수고

병원에 가도, 편의점에 가도, 관공서에 가도, 나를 좀 까칠하게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웃으면 사람 참 좋아보이는데, 안 웃으면 무서워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이 잦고, 권위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를 잘 모르는 그들은 여지없이 나를 오해를 하곤 했다.

그래서 급기야 인터넷에 "딱딱 끊어지는 말투"라는 것을 검색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누군가의 포스팅을 발견했다.

 

구도 쉘리.

구도자 할 때, 그 구도?

저런 우수꽝스런 옷을 입고 누워서 자칭 구도자라고? 하며 구도 쉘리에 대해 읽어내려갔다.

"시간이 없다구요. 시간이."

"아시겠어요?" 

시간이 10분 밖에 없다면서, 15분간 영상을 찍으면서 불닭볶음면 2개 끓여먹고 가는 여자.

https://youtu.be/I9POvrxOyX4

먹방에 취미도 없고, 먹방 보는 취향이라는 게 변태적인 감성 같다고 생각하는 나의 입장으로는 이런 먹방 컨텐츠 참 흥미 없었지만,

누군가의 정성스런 구도 쉘리 구독 후기와

"딱딱 끊어지는 말투가 멋있다"라는 평이 궁금했다.

가장 핫한 불닭볶음면 2개로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버린 4천만원 이상의 미래가치가 추정되는 동영상 인기 이유가 궁금해서 몇개를 더 보았다.

그녀를 보자, 그 시크한 표정과 말투가 정말 나를 연상케 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의 그 말투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내 말투가 친구나 애인, 낯선 사람들을 종종 서운하게 해왔던 것을 느끼면서도 수정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부러워하는 말투였다는 것이 다소 충격이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나에게 관심을 갖고 가까워지고 싶어했던 사람들 중에도 어쩌면 나의 이런 말투와 분위기에 끌렸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나의 특성이고,

사람들에게 내 말투가 걸맞는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게 더 빠르고 효과적일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구도쉘리는 2019년 현재 32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고속 성장 중이다.

89년생, 162cm의 키에 100kg의 초고도 비만으로 당뇨 판정을 받고

평생 동안 함께 한 살들을 덜어내야 하는 것이 아쉬워

그 과정을 다이어트 먹방으로 남기고자 Vlog를 시작했다.

한국의 치열한 경쟁에 살아남을 자신이 없어 호주 이민자가 되었고

뛰어난 편집 기술도 조명도 대본도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찍고 되는 대로 말하고

기교도 없이 편집해서 업로드 한다.

늘 탱크탑과 숏팬츠를 입고 나와서 자신감 있게 스트레칭을 하며

"내 패션은 죄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자신감으로 일관한다.

그녀의 뚱뚱한 몸에 악플러들이 성토를 하고, 남초 사이트에서 조롱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그들의 자유다.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도리어 내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기분나쁠 것이라고 규정하며 함부로 내 생각을 말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받는다."라고 말하는 쿨의 경지에 가버린 사람이다.

유튜브에 악성 신고를 당해서 채널 폐쇄를 당하자 다수의 스페어 채널을 개설해서 영상을 재업로드하고 있는데

수천 수백개의 영상으로도 20만명에 달하기 힘든 유튜브 시장에서

1년도 안 되어 32만에 달하고 한국 500위권에 진입한 채널이다. 

그녀의 채널에는 별 꼼수가 없다.

일주일에 몇개~ 이런 목표치도 없고 얼마전 구도쉘리 패러디 영상을 올렸던 개그맨 권혁수와 온라인 합방 영상을 찍은 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상을 하고 있다.

초고도 비만에서 몸짱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다가 70kg대까지 진입했다가 지금 다시 요요로 불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래도 인기다.

심지어 2019년 9월 27일에는 유튜브 스타 박말례와 개그맨 권혁수와 함께 구도 쉘리가 <세계지식포럼>에 초청 연사로 방한 할 계획이라는 거다.

 

 

 


사람들은 그녀의 인기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내가 볼 때 이게 컨텐츠의 생리인 것 같다.

컨텐츠는 결국 캐릭터를 원한다.

끼 있고, 재능있고, 예쁘고, 귀엽고, 멋있고, 잘 생기고, 섹시하고, 웃기고, 똑똑한 애들은 이미 너무 많아서 캐릭터가 겹친다.

그런데 이렇게 뚱뚱한데 자기 살 빠지는 게 아까워서 마치 예쁜 자신을 박제하는 사람처럼 뚱뚱했던 나를 기록하는 캐릭터는 없었다. 뚱뚱한데, 백인 남자친구랑 사귀고, "스트레스성 폭식이라구요. 아시겠어요? 입으로만 다이어트 한다고 하는데, 입으로라도 하는 게 어디야? 그래서 어쩌라구? 난 예뻐질려고 다이어트는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패기, 사람들이 악플을 달면 화내고, 신고하고, 우울해하고, 싸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냥 No 관심으로 일관. 그러면서도 삶의 태도에 인간미가 있음. 이런 강철 멘탈이 없었음.

성격이 이효리스럽달까?

 

유튜브 구도쉘리 중에서

 

뚱뚱한데, 아무에게도 뚱뚱하다고 비난당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랑받으면서, 탱크탑을 입고, 자기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다이어트 한다고 하는 먹방하는 여자.

과연 대체제가 있는 캐릭터일까?

어제 김도인의 사람들이 자학을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습관성 폭식에 빠지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은 어떤 생각에 사로 잡히면 그 생각에서 멀어져서 나를 들여다보기를 하고 통제하는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게임, 폭식, 자학 등. 내 스트레스 상황보다 더 큰 자극을 통해서 그 생각을 일시정지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고, 자기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가 없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도돌이표처럼 스트레스는 되돌아오고, 그 때마다 취했던 잘못된 습관은 반복된다.

 

 

사람은 어떤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지속할 수가 없고, 그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보통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슬프다. 외롭다. 괴롭다."라는 어떤 감정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 감정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신작용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감정에 대해 내려놓기를 하는 것이 먼저이다.

어떤 문제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면 그것이 과거에서 비롯된 문제라면 그 집착하는 생각의 끈을 끊어버리는 게 최선일 것이고, 현재의 문제라면 그 현재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문제를 통제할 힘이 있다고 믿지 않고 끌려다니기 쉽다.

음식이라는 게 허기를 느낄 때는 만족을 주지만, 허기가 채워진 다음에 들어오는 음식은 고통을 준다.

스트레스에 좋다는 매운 음식류는 사실 인간의 6가지 미각을 자극하는 맛이 아니라 통각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강한 자극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로 그보다 약한 스트레스를 누르는 일시정지 버튼이라고 생각한다.

구도(나는 아직 그녀의 세상보기가 구도자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수식어가 참 별로) 쉘리가 그 중에 하나였다.

그녀 말 마따나 나도 남의 인생에 조언이랍시고 감놔라 배놔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일기장처럼 이곳에 남겨놓는다.

부디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매운 맛이나 술, 게임, 도박, 자학 대신에 자기 통제력을 얻어서 스트레스를 조정하는 힘을 갖길 바란다.

힘들 때마다 무너지지 않고 더 강하게 일어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통찰과 자기 조절 능력을 만나면 사람들은 더 따르고 싶어할텐데...

어떤 사람들은 오락으로 유튜브를 보지만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를 더 깊이 관찰하고 따르고 싶어서 보기도 하니까.


결론은,

나의 딱딱 끊어지는 말투도 나니까,

이 모습이 장점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거다.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말투가 대중적이라고 해서 딱딱 끊어지는 말투를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말투로 뜯어 고쳐야 하는 게 아니라 딱딱 끊어지는 말투를 가진 사람도 다정다감한 말투를 가진 사람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대중의 선입을 고치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 다양성의 존중이 진화의 첫걸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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